솔냥이
작성일
2024. 4. 22. 19:48
작성자
솔잎dy

❤‍🩹MAD LOVE❤‍🩹

기억해. 나는 언제든지 너를 다시 가질 수 있어.

원작.[MAD LOVE] w.조교

플레이 로그. 2024. 03. 30


kpc. 백화련

pc. 신정환


 

읽어보시기 전에

시나리오 개변과 일부 설정 변화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부 스크립트 및 원전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요

오래된 숲 속에 있는 고아원.

 

KPC와 탐사자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입니다. KPC가 탐사자에게 어렸을 적 부터 지독한 소유욕과 집착을 드러낸 건 고아원 사람들이라면 전부 알 만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집착이 과연 KPC만의 것일까요?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 겨울. 계절이 지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나가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이 겨울이 지나면 탐사자는 성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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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된 관계

♪bgm. Ryan Choi - Dellage

툭. 데구르르 ― …
아. 이런.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떨어져 바닥을 구릅니다.
낡았지만 단단한 나무로 우아하게 덧댄 바닥 위로 반지가 널찍하게 튀어 올랐다가 떨어집니다.
반지는 정환이의 손가락 두께보다 아주 조금 더 큽니다.
이 반지를 선물해 준 화련이의 고의적인 선택이라죠.
성인이 되고 나면 손이 더 커질 테니 몇 년 후까지 고려한 크기입니다.


신정환: 아...(떨어진 반지를 주우려고 합니다)

반지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정환이보다 누군가가 좀 더 빨랐습니다.


신정환: 그래도 역시 크기가 안 맞아서 불편.....어?

정환이 앞에 와 있던 화련이입니다.
떨어진 반지를 주운 화련이의 손가락에도 정환이와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언제 왔지?
기척이 들리지는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죠.


신정환: 아....안녕..(어색하게 웃으며 백화련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거...돌려주면 안 될까?


백화련: 마음에 안 들어?

흠이 간 곳은 없는지 반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던 화련이가 입을 엽니다.
반지는 작은 흠집도 없이 멀쩡합니다.


신정환: ...(싫어서 뺀 게 아닌데...라는 얼굴로 억울함을 호소해 봅니다)

상처가 걱정되기 보다는 정환이가 반지를 몸에서 떨어뜨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실수였을 뿐인 데도요.
반지를 몇 번 더 살펴보던 화련이가 정환이의 손가락에 직접 반지를 끼워줍니다.
정환이의 손에 아직 반지가 크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화련이는 반지를 버릴 거면 자신한테 와서 버리라는 어이없는 말을 꺼냅니다.
화련이가 이 말을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인 걸 정환이도 모르지 않을 겁니다.
복도에 난 유리창으로 한기가 새어 들어옵니다.
창밖 아래로 겨울의 고요한 풍경이 보입니다.
고아원의 넓은 마당에는 나무 테이블 몇 개와 밧줄로 만든 그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낮은 탁상이 있지만 지금은 전부 눈 아래에 파묻혀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유독 폭설이 내렸습니다.
성년이 되기 전 정환이의 마지막 겨울을 하얗게 덮어버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꺼운 눈입니다.
화련이의 신발과 바지 끝이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신정환: ...추워.


백화련: 추워?


신정환: 안쪽으로 들어가자. 응?(백화련의 주의를 반지에서 떨어트리기 위해 말을 돌립니다)


백화련: 응.


신정환: 밖에 나갔다 온 거야?


백화련: 아.. 이거?

고아원 안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난 길을 쓸고 왔지 (가볍게 미소 짓습니다.)
추울 텐데 그건 그렇다 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 화련이의 방 -

♪bgm. Daylight - Ever So Blue

화련이의 방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리된 작은 방이 보입니다.
크기와 구조는 정환이의 방과 다를 게 없습니다.
작은 창문이 하나 있고 어두운 암막 커튼이 달려 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침대가 두 개라는 정도?
화련이의 노랗고 초록색인 눈과 많이 닮은 방입니다.


신정환:  ...이 침대는 날 위해서 준비한 거야? 아니면....(전염병이 남긴 암담한 결과를 떠올립니다)

어지러이 널브러진 물건들도 종종 보이네요.


백화련: 응! (장난스레 씨익 웃으며 긍정합니다)

협소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작은 옷장 안에 평소 화련이가 입는 옷들이 걸려있고 신발 몇 켤레가 가지런하게 신발장에 놓여 있습니다.


신정환: 네 방에 있으면 왠지 편안하다는 기분이 들어..(그렇게 중얼거리며 백화련의 침대에 걸터앉습니다)

문과 등진 곳에 마련되어 있는 책상도 눈에 들어옵니다.


백화련: 다행이다…!(축축한 옷을 입은 채 정환이를 꼬옥 끌어안습니다)

좁은 방에 사람이 둘이 되자 마땅히 앉을 곳이 없습니다.
둘만 있어도 방이 꽉 찬 느낌입니다.


신정환: 잠깐, 차가워…! (젖은 옷의 차가운 감촉이 살갗에 닿자 버둥거리며 백화련을 밀어냅니다.)


백화련: 아….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잠시만.

화련이는 젖은 신발을 벗고 바지 끝을 한 두번 접어 올리더니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욕실로 향합니다.


백화련: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신정환: 아, 응….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


백화련: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훔쳐보면 안 돼요~


신정환: 아, 안 훔쳐봐!

욕실이 문이 닫히기 전 여유롭게 웃는 화련이의 말이 들립니다.
먼저 들어갔다 가라고 했으면서 들어온 지 몇 분 채 되지도 않아 남의 방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제 또래 녀석들과 다를 게 없는 방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도 이상합니다.
방이 워낙 좁아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무엇이 있는지 다 보일 정도입니다.


[창문] [책상] [옷장] [신발장] [침대]


신정환: (책상 위를 바라봅니다

 

 [책상]

고아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에 관한 책이 꽂아져 있습니다.
의미 없는 몇 장의 종이들과 악보 몇 장.
화련이와 정환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서로 주고받았던 편지들도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괜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신정환: 이런 걸 아직 보관하고 있었구나….

책상 위에는 원목으로 조각된 심플한 탁상 액자 두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첫 번째 액자에는 화련이와 화련이의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찍혀 있는 오래된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아. 그래요.
화련이에게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화련이와 똑 닮은 쌍둥이 형제가 ….
화련이의 쌍둥이는 정환이가 보육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울날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절벽으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시신을 수습한 뒤 고아원에서 짧은 장례를 치렀고 무덤가에 묻었다고 들었죠.
고아원에 적응하기도 전,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화련이의 형제에 대한 죽음은 정환이의 기억에 또렷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때 화련이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신정환: ...역시 그리운 거겠지…? 그리운 거…. 맞지…? (그때의 백화련이 어땠는지 떠올리려 노력합니다)
[지능 85 / 굴림 51 :보통 성공]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세심하게 떠올려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을 잃었던 화련이의 표정은

무심했습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게 정답이라고 느껴질 만큼 감정에 어떤 변화도 없었습니다.
울음을 참으면서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형제가 누워있는 관을 내려다보던 화련이는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습니다.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찍혀 있는 액자 옆에 놓아둔 두 번째 액자.
화련이와 정환이의 모습입니다.
정환이가 고아원에 들어오고 나서 1년이 지났을 때 찍었던 사진이죠.
기본적으로 사진 속 화련이와 정환이는 서로 멀뚱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잡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던 고아원 선생님이 지시한 일입니다.


신정환: 귀여워…. (사진 속에 멀뚱멀뚱한 백화련을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옛날부터 늘 함께 다녔습니다.
어느 날은 꽤 깊은 숲까지 같이 산책을 하기도 했고 마을로 내려가 보기도 했죠.
고아원에 존재하는 다른 아이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환이라 하더라도 정환이가 경험하는 모든 것의 처음은 화련이와 함께였을 겁니다.


신정환: 갈아입을 옷은 챙겨갔나…? (옷장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옷장]

옷장 안에는 겨울옷 몇 벌이 옷걸이에 걸려있거나 반듯하게 개어져 있습니다.
외출할 때 입는 겉옷. 셔츠와 바지. 겨울옷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겨울을 나는 옷에 비하면 턱없이 얇은 소재입니다.
이 정도면 바람이 옷 안에 그대로 다 들어 올 지경입니다.
방금 전 복도에서 만난 화련이의 차림새도 그다지 따뜻해 보이는 착장은 아니었죠.
이렇게 대충 입고 다니면서 겨울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니 …
새삼 뭐 하는 놈인가 싶어집니다.


신정환: 이런 걸 입고 어떻게….[관찰력 80 / 굴림 23 :실패]

 

옷걸이에 걸어 둔 겉옷 몇 벌에 이상한 것이 묻어 있습니다.
이게 뭐지.


신정환: …? (옷을 꺼내 묻은 것을 살펴봅니다)

손을 뻗어 확인해 보면 낙엽의 질감을 가진 투명한 무언가입니다.
산에서 굴렀나?
그럴 정도였다면 눈이 묻어 옷이 축축했어야겠죠.
옷은 젖어 있지도 않고 헤져 있지도 않습니다.


신정환: 이게 뭔지…. (옷을 다시 옷장에 걸어두고는 백화련이 들어간 욕실 앞에서 어슬렁거립니다)
(겨울이라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좁은 방에 백화련 없이 혼자 남겨지니 심심한 모양입니다)

쏴아아 씻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신정환: (똑똑)…. 아직 멀었어?


백화련: 다 해가, 금방 나올게


신정환: 갈아입을 옷은 가져갔지?


백화련: 응!


신정환: 알겠어…. 기다릴게.


[신발장]

나무로 만들어진 신발장은 두 개의 나무 합판을 덧댄 조악한 모습입니다.
신발장 가장 아래에는 내부 신발이 올려져 있고 화련이가 가지고 있는 신발들이 적은 종류로 놓여 있습니다.
방금 전 까지 화련이가 신었던 신발은 눅눅하게 젖어있고 신발장 발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신정환: 정말이지...이렇게 두면 또 언제 마를까….(신발장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신발이 잘 마르도록 배치한 후 창가에 가 바깥 풍경을 바라봅니다)


[창문]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 있는 창문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모두 막고 있습니다.
커튼 사이로 미약하게 번지는 빛이 화련이의 책상 위를 비춰주고 있을 뿐입니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보면 고아원의 뒷길이 보입니다.
고아원은 사유지 숲 안에 존재하지만, 그런 것 치곤 꽤 규모가 큽니다.
마차 두 대가 함께 들어와도 거뜬한 대문이 떠오릅니다.
그에 비해 뒷길은 철 없는 녀석들이 몰래 마을로 놀러 갈 때나 이용하는 길입니다.
청소부가 사용하는 빨래터와 우물이 있지만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꽁꽁 얼어버려 지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신정환: 
[관찰력 80 / 굴림 25 :어려운 성공]

소복하게 쌓인 눈 위로 짙게 남은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뒷길을 사용했나 봅니다.
발자국은 고아원 뒷문을 넘어 숲 안쪽까지 쭉 이어져 있습니다.
숲에서 나온 건지. 숲으로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신정환: 저긴…. 마을로 가는 길인가…?

발자국을 발견한 정환이는 숲에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하던 빌헬름 원장의 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같이 혹독한 계절에는 더 곤란한 일입니다.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유독 겨울에는 몸을 사리곤 했는데 ….

 

[침대]

침대가 두 개인 건 화련이의 형제 때문이겠죠.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쌍둥이 형제의 물건은 어디에도 없지만 화련이와 똑같은 얼굴이었다니 낯설다는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존재지만 ….
딱히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곳은 없으니, 정환이는 비어있는 침대에 걸터앉습니다.
화련이는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욕실에서 나옵니다.
옷도 깔끔하게 갈아입은 모습입니다.


신정환: 아, 다 씻었어?


백화련: 응, 그냥 자고 갈래?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난로에 대충 마른 나무를 던져 넣고 성냥을 꺼내던 화련이가 정환이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시간도 제법 늦었고요.


신정환: 하지만…. 나도 방이 있는데….마침 침대도 두 개고. 

여분 이불 정도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화련이의 방에서 정환이의 방까지 멀지 않지만, 하루 정도는 자고 가도 상관없지 않냐는 말입니다.
탁.
성냥에 불이 붙자 화련이가 불씨를 마른나무 사이로 던집니다.


백화련: 원장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걸.
내일 중요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정환: 원장이라니….원장님이라고 해야지. (백화련과 눈을 맞추며 말합니다)


백화련: 그런가? (해맑게 웃습니다)


신정환: 오늘 하루만 자고 갈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백화련과 가까이 붙습니다.)


백화련: 좋아!
오늘 하루만 같이 자줘….외로워….

 

신정환: 대신.

같이 잘래….그게 더 따뜻하니까…. (추위를 잘 타는 신정환이 침대에 들어가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듯 백화련을 올려다봅니다)


백화련: 응, 그러자.
바라던 바야. (정환이를 꼬옥 안고 같이 화련이 침대에 눕습니다)


신정환: 후후…. 이렇게 같이 자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백화련: 그러게.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네.

난로 안에 불씨를 던진 후 화련이의 방은 몸이 노곤하게 풀릴 정도로 따뜻해졌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화련이는 침대 아래에 넣어 두었던 상자 안에서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꺼내 정환이에게 건넵니다.
방이 어두워진 건 창문에 달아 둔 커튼 때문만이 아닙니다.
밖은 고요한 어둠이 가라앉았고, 눈이 시릴 것 같던 풍경도 무채색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고아원 주변에 세워 둔 투구 야외 등 몇 개만 쓸쓸하게 빛을 내고 있습니다.
타닥 … 타닥 … 작은 난로 안에서 나무 타는 소리만 들립니다.
잠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정환:  있지…. (노곤하게 풀린 몸을 백화련의 품속에 묻고는 말을 건넵니다.)

 

백화련: 응?


신정환: 아까 뒷길에 발자국이 있는 걸 봤어.
밖으로 나가는 건지 안으로 들어오는 건지 알아볼 수는 없어서….오늘 어딘가 다녀왔어?


백화련: 아니?
거긴 원래도 사람들이 종종 사용했어.
오늘 눈을 치울 때 꼬맹이들 몇 명이 그 근처에서 놀고 있더라고.
쫓아낼까, 했는데 그냥 귀찮아서 뒀어.
너무 신경 쓰지 마.


신정환: 응….나 말이야….사실은 고아원을 졸업하기가 무서워.
여길 나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웅얼거립니다)
그래도 너와 함께 있으면 괜찮을 거 같아. (백화련을 바라보며 방긋 웃고는 애교 부리는 고양이처럼 품속을 파고듭니다)


백화련: 응, 나가서도 함께일 거야


신정환: 분명 그렇겠지?


백화련: 함께라면 어떻게 든 살아지지 않을까?


신정환: 응…. 분명 그럴 거야.

자리에 누운 화련이가 정환이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어둠 속에서 정환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엽니다.


백화련: 여길 나가게 되면 하고 싶은 거 있어?

가고 싶은 곳도 좋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성인이 되어도 화련이가 함께일까?
서로가 없으면 허전할 만큼 고아원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
고아원이 아닌 곳에서도 우린 같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요.
저렇게 물어보는 걸 보면 화련이도 정환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거겠죠.
받고 싶은 선물이 있냐고 질문했던 것과는 다르게 화련이는 정환이의 대답을 신경 써서 듣고 있습니다.


신정환: 하고 싶은 거….너랑 같이 살고 싶어.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서 너와 함께 차를 마시며 글을 쓴다면…. 행복할 거야.

그러는 와중에도 정환이의 입에서 ‘그때도 같이 있자’라는 소리 비슷한 것만 나오면 기분 좋은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백화련: 넌 나 정신 못 차리게 하려고 그런 말 하는 것 같더라.

라는 대답이 흘러나옵니다.


신정환: 응…? (그게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백화련: 후후….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너랑 같이 살고 싶어.
분명 행복할 거야.


신정환: 헤헤….너와 함께 나가서…. 따뜻한 집을 구하고….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우고 싶어.
이름은 미르로 할까?


백화련: 좋아, 고양이…. 귀엽겠다.
널 닮아서 까만 고양이일 거야.


신정환: 난 하얀 고양이도 좋아.


백화련: 그래?

나중에 나가면 둘 다 키워도 좋겠다.


신정환: (고민거리가 많아 보이던 신정환이 백화련과 대화하며 안심하고 한결 편해진 것처럼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밤은 그렇게 깊어지고 정환이는 화련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듭니다.

얼굴을 쓸어 내리는 차가운 온도가 느껴집니다.
잠결에 제대로 눈이 떠지지 않지만 정환이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화련이 밖에 없습니다.
아침이 밝았나?

 

신정환: 으응...(차가운 손길을 피해 몸을 뒤척입니다)

눈을 떠 확인하고 싶지만 사방이 어두운 탓에 눈 앞은 흐리기만 합니다.
화련이의 손길을 받고 있는데 어딘가 이상합니다.
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물컹하고 따갑습니다.
손가락보다 더 길고 유연한 무언가가 얼굴 위를 옮겨 다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게 대체 뭐지?
당황스러운 감촉입니다.
끼이익 - 티크 나무로 만든 문이 열립니다.

 

신정환: 끄응....(뜨이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려고 합니다)

[관찰력 80 / 굴림 37 :어려운 성공]

어렵게 뜬 눈으로 열린 문을 쳐다봅니다.
하지만 문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옆 침대에 누워 있는 화련이의 모습도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고 문 아래를 보자 껍질이 달린 긴 꼬리가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게 보입니다.

 

신정환: 

[이성 40 / 굴림 88 :실패]

[rolling 1d6 / 굴림 5]

화련이의 방으로 누가 찾아왔나봅니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간 (어쩌면 이른 시간)에 화련이의 방에 찾아 올 사람은 또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정환이에게 다시 찾아 온 깊은 잠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정적과도 같습니다.

 

 

 

2. 정체를 알 수 없는 배회 

♪bgm. Shadowman's Waltz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정환이는 눈을 뜹니다.
두텁게 창문을 막아서고 있던 커튼도 햇빛을 전부 잡아먹지는 못했는지 외등 같은 빛이 사이 사이로 새어 나옵니다.
언제 잠들었더라.


신정환: 으…. (겨울 아침의 따가운 햇빛과 몸이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를 피해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꿈에 잠긴 잠꼬대를 웅얼거립니다)

팔자에도 없는 화련이의 말동무를 하다가 잠이 든 건 확실해 보입니다.
잠결에 무슨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옆 침대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화련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신정환: …. (신정환이 두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다시 눈꺼풀을 내리고 맙니다. 일어나기엔 너무 졸린걸요!)

화련이의 침대에 손을 대자 부재를 알리는 차가운 온기가 감돕니다.
자리를 비운지 오래되었다는 뜻이겠죠.
자고 가라 붙잡은 건 녀석이면서 정작 가장 먼저 자리를 비운 것도 화련이입니다.
그 성격도 참 끈끈합니다.
8년 동안이나 함께 붙어있었지만 여전히 화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신정환: 화련…. 아…. (비어있는 자리에서 찾아낸 베개를 품에 안으며 잠에서 깨어난 건지 아직도 졸린 건지 백화련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래도 가기 전, 난로에 장작은 가득 채우고 간 모양인지 난로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 안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몇 시쯤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커튼을 걷자 눈이 화하다고 느껴질 만큼 새하얀 눈이 주변에 전부 내려앉아 있습니다.
밤사이 또 눈이 내렸나 보죠.
똑. 똑.
누군가 화련이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화련이는 아닙니다.
자신의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올 정도의 미친놈은 아니니까요.
열리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 왔겠죠.
그렇다면 누굴까.


신정환: …. (잠에서 깨 문을 열러 나가는가 하더니)…. 악! (우당탕,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이다 그만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야 맙니다)

정환이 괜찮아요?


신정환: (머리부터 등을 통해 허리까지 상체에 퍼지는 고통에 눈물이 핑 돌지만 괜찮을 겁니다, 아마도! 이런 걸로 울 나이는 지났잖아요? 문을 열러 가자고요)
(고통에 못 이겨 바닥에서 한참을 구른 신정환이 마침내 일어나 이불을 온몸에 두르고는 문을 살짝 열어 바깥을 확인합니다)

정환이가 문을 열어 확인하면 정환이의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서 있습니다.


신정환: …. 무슨 일이야?

이 고아원 내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정환이가 상대를 모를 리는 없습니다.
정환이보다 한 살 어린 ‘에이서’입니다.

 

신정환: (가만히 서있는 에이서를 빤히 바라봅니다)

 

맥 에이서 Mac Acer

6년 전 고아원에 들어 온 남자 아이.
붉은 곱슬 머리에 노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이 별로 없는 과묵한 성격이지만 성실하고 발이 빨라 고아원 내에서 종종 심부름꾼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내년이면 성인이 될 에이서는 벌써 키가 190을 넘어 섰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성인이 되어서도 고아원에 귀속 될 생각인지 고아원 잡일을 벌써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아원 내에서 매우 자주 에이서를 마주칠 수 있습니다.
화련이를 일방적으로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화련이와 ‘사냥 시간’에 함께 참여합니다.
에이서가 여기엔 왜? 에이서는 빠른 눈치로 화련이의 방 안을 한 번 훑어 봅니다

 

신정환: ....무슨 일


맥 에이서: 아무것도 아니예요..… 아. 매번 저녁에 가시더니 오늘은 아침에 갔나 봐요.


신정환: 뭐를?


맥 에이서: 아마도 숲에 가신 모양이네요.
오는 길에 다른 곳도 들렀는데, 없었어요.


신정환: 숲? 왜?


맥 에이서: 고아원 내부에는 없을 거예요.


신정환: 걔가 숲에 갈 일이 있어?


맥 에이서: 아침부터 사냥을 가셨나 봐요.

에이서가 고아원에 없다고 말을 하면 없는 거겠죠.
그렇다면 정말 숲에 갔나 봅니다.
그동안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숲에 들어간 적은 없었는데.
숲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매번 숲에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아원에서는 붙지 좀 말라고 해도 꼭 붙어 있던 화련이는 무슨 영문인지 숲에 갈 때만큼은 정환이를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맥 에이서: 일단 내려와서 점심부터 드세요.
아침도 안 드셔서 다들 걱정하실 거예요.


신정환: 아…. 내가 그렇게까지 잤어?
그 말을 끝으로 에이서는 다시 사라집니다.
그래요. 일단 식당에 가고 나서 생각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화련이가 없다고 해서 하루가 굴러가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정환이는 자고 일어난 후 부스스한 머리와 옷차림을 정돈하고 아직 타오르고 있는 난로불을 끕니다.


신정환: 하암....(하품하고는 기지개를 켜며 옷장 속 백화련의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품이 살짝 크지만…. 뭐 어때요! 어릴 때부터 개인 물건이라고는 없을 정도로 그와 이것저것 공유했는걸요!)
[관찰력 80 / 굴림 19 :어려운 성공]

난로 위에 반으로 접힌 쪽지가 올려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신정환: 응? 저렇게 두면 탈텐데....겉으로 봤을 때는 그냥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종이였는데, 자세히 보니 정환이의 이름이 앞에 적혀 있습니다.

쪽지를 펼치자 화련이가 써두고 간 짧은 문장이 보입니다.
[잠시 나갔다 올게. 난 언제든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신정환: …?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깥으로 나갑니다)

 

 

- 식당-

♪bgm. Early Flies - Guy Copeland 

점심 식당은 소란스럽습니다.
고아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니 조용한 게 이상하겠지만요.
정환이와 같은 나이인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서는 정환이를 보자 아는 척을 합니다.
자신들의 옆에 앉으라며 의자를 내어주니 굳이 앉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신정환: (간단히 인사를 하며 그들의 옆에 앉습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 노릇하게 구운 닭고기가 들어간 토르티야. 고다 치즈 두 조각.
채소와 과일을 섞은 샐러드 한 그릇에 과일 주스입니다.


신정환: …. (백화련 외에 다른 친구들 옆에 앉긴 했지만, 혹여나 백화련이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았을까 목을 길게 빼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봅니다)

포크를 들고 점심 식사를 이어나가던 아이들이 저들끼리 수근 수군거립니다.
공유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인데, 고아원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아무래도 은근한 비밀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정환이와 가깝게 앉아 있는 무리 중 한 명이 다시 몸을 숙인 채 말합니다.
이번에는 정환이도 함께입니다.


비비안 메티: 다들 봤어?

빌헬름 원장 방에 있던 거.


신정환: 뭔데?

재미있는 거라도 있어?

 

비비안 메티 Bibiane Meti

5년 전 고아원에 들어 온 여자 아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다갈색 머리카락이 잘 어울립니다.
총명하고 호기심 있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를 좋아하는 고아원 아이들이 많습니다.
겁이 없는 용감한 성격으로 호기심이 생겼다면 해결 할 때까지 관심을 거두지 않습니다.
정환이와 같은 나이이고 그 또래 아이들 중 자주 대장 노릇을 합니다.

그만큼 사고도 자주 쳐 원장 빌헬름의 골치를 썩게 하는 중입니다.
아마 지금 나오는 이야기도 그녀가 만들어 낸 사고로 원장실에 부름을 받은 이후의 이야기일겁니다.
원장 방에 뭐가 있길래?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야기에 낀 무리가 된 이상 메티의 말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메티처럼 사고를 몰고 다니지 않는 정환이가 원장의 방에 가봤을리 만무합니다.
가봤다고 하더라도 그 횟수가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메티는 타고난 언변가입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재능이 있습니다.
순식간에 그 무리들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몰려 들었습니다.
이미 점심 식사는 뒷전이네요.


비비안 메티: 창백한 유리로 만든 ‘나자르’ 가 있었잖아.
너희 그것도 몰라?


신정환: 나자르? 그게 뭐야?  
[오컬트 55 / 굴림 73 :실패]

나자르?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입니다.

비비안 메티: 부적.
불길하고 사특한 것을 가려내 준다는 물건이야.

나도 처음 봤어. (어깨를 으쓱이며 식당을 둘러봅니다)
이런 깊은 숲 속에 있는 고아원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이잖아.


신정환: 그런데?


비비안 메티: 나도 이 고아원에 온 지 5년 째란 말이야.

그런데 그 5년 동안 난 고아원에서 그 비슷한 물건이나 서적 같은 건 본 적도 없거든.
너도 알잖아.

나보다 오래 있었으니까.
빌헬름 원장이 언제 그런 걸 곁에 뒀어?


신정환: 어…. 뭐…. 그렇지?
원장님께서 그런 걸 두고 계신다는 건 처음 들어봐.


비비안 메티: 고아원이 아니야.
내 생각엔 … 저기. (손가락을 쭉 뻗어 식당 밖에 있는 숲을 가리킵니다) 

숲에 있다는 거지.

옛날부터 유명했잖아?
이 다음 말을 듣고 나서는 너도 생각이 달라질 걸?
원장실과 연결된 서고에 그런 것들이 한가득 있다는 소문이 있어.
부적 같은 게 전부가 아니야.


비비안 메티: 말 그대로 그런 ‘물건’ 이나 ‘자료’들이지.
겉으론 점잖아 보여도 사실은 이런 거에 환장하는 분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신정환: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비비안 메티: 어떻게 하고 싶냐면….

메티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고아원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의 흥미를 전부 분산시킵니다.

한 번 이야기에 불이 붙어 재미를 본 아이들이 얼마나 곤란한지 알기 때문일 겁니다.
메티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진한 얼굴로 마저 점심을 먹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한 건 정환이만일지도요.
그야, 화련이가 오늘 아침 숲으로 갔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란 소문은 다 가지고 있던 숲입니다.
화련이의 형제도 숲에서 죽었고 말이죠.
그게 악마의 저주는 아니었겠지만.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정환이가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빌헬름. 원장의 방입니다.

 

 

- 빌헬름의 방 -

♪bgm. Morphing Faces - Silver Maple

똑. 똑.


신정환: 원장님께서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티크 나무로 만들어진 빌헬름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화련이의 방과 마찬가지로 유려한 나뭇결이 눈에 들어옵니다.
흑적색을 띄는 나무는 꽤 두껍습니다.
문을 노크하고 몇 초 뒤. 달칵.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리는 틈 사이로 원장의 얼굴이 보입니다.

 

빌헬름 Wilhelm

고아원의 원장.

희끗한 머리카락이 눈에 띄지만 얼굴은 그 나이 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마흔에 들어선 젊은 외모를 가진 빌헬름은 소가죽으로 만든 검은 코트를 입고 있습니다.
처음 이 고아원에 와서 마주 했을 때랑 달라진게 없어 보입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눈가에 주름이 조금 더 생겼다는 것 정도.
빌헬름은 행동을 크게 하는 법이 없고 목소리도 정중합니다.

빌헬름: 앉으렴.


신정환: 네.

원장은 손수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빼냅니다.
기억과 다를 게 없는 모습입니다.


신정환: 원장님께서 부르셨다고 들어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정환이가 자신을 부른 이유에 관해서 물으면 빌헬름 원장은 겨울이 지난 후 고아원을 나가게 될 정환이의 거처를 정하기 위해 불렀다고 합니다.
성인이 된 정환이를 고아원에서 더 돌봐줄 수는 없지만 성인이 된 후 무슨 일을 할 지.
어느 곳에서 살게 될지를 함께 정해주는 건 고아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빌헬름: 어디 생각해 둔 곳은 있니.

원장의 목소리는 평온합니다.


신정환: 아…. 저는 딱히….그러니까…. 으음….

[자료조사 70 / 굴림 47 :보통 성공]

원장의 책상 위에 우측에 쌓아 올려진 책들 사이로 나름 흥미 있는 자료를 발견합니다.
구식 타자기로 찍힌 글자는 <티크 나무의 인테리어 용도>라고 적혀 있습니다.


빌헬름: 이제 슬슬 정해야지.
일을 하고 싶다면 잘 아는 곳으로 추천장을 써줄 수도 있단다.

정환이가 어디를 가고 싶다고 해도 화련이를 두고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빌헬름의 혀는 기름이라도 바른 것 처럼 간악합니다.
하지만 별 수 없죠.
괴물의 새끼를 반하게 만든 죄를 고아원이 대신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정환이와 원장의 의미 없는 대화는 얼마간 더 지속됩니다.


신정환: 저기...고아원에 남으면 안 됩니까…? 저도 에이서처럼 무언가 할 수도 있고….네…?

정환이가 원장에게 고아원에 남을 수 없냐고 묻는다면 원장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정환이는 모르는 고아원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신정환: (깨갱….)

 

빌헬름: 미안하구나.

선물은 늦지 않게 정해서 알려달라는 말이 들립니다.


빌헬름: 선물은 늦지 않게 정해주렴.


신정환: 네….

이미 선물을 정한 정환이라면 지금 원장에게 자신이 바라는 선물을 말해도 상관 없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봐도 좋습니다.
원장과의 대화가 이어질 수록 정환이는 이상함을 느낍니다.
사실 지금 원장 빌헬름이 자신에게 하는 말은 굳이 원장실에 정환이를 부르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고아원을 나간 후 거주하게 되는 거주지 역시 담당 선생님께서도 물은 사항이고, 정환이가 다섯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닌데 선물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정환이를 이곳에 부른 걸까요?


신정환: 원장님.

혹시 다른 문제가 있으십니까?


빌헬름: …요즘도 화련이랑 가깝게 지내니?

정환이는 빌헬름이 이 말을 묻기 위해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음. 화련이랑 가깝게 지내냐고요?
너무 갑작스러운 말입니다.
화련이가 정환이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거나, 적어도 화련이가 정환이의 곁을 꾸준히 맴돌고 있다는 건 고아원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새삼스럽게 민망한 질문을 들은 정환이를 보자 원장도 아차 싶었던 모양입니다.


빌헬름: 화련이가 널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
어렸을 때부터 유난이었지.
그래도 너무, 그래. 너무 가깝게 지내지는 말아.
이제 성인인데 누구에게서든 독립해야지.


신정환: 저한테도 화련이 밖에 없는 거…. 아시잖습니까. (그런 질문을 하면 곤란하다는 듯이 웃어 보입니다)
[심리학 10 / 굴림 40 :실패]

이상하긴 하죠. 벌써 N년째 화련이와 함께인 정환이에게 이제와서 …
정환이가 의문을 표하면 빌헬름은 고아원을 나가기 전 마지막 격려라며 대충 둘러댑니다.
빌헬름 원장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원장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린 곳에는 아침에 봤던 에이서가 서 있습니다.
특유의 무표정을 가진 에이서는 원장을 향해 한 번 인사하더니 곧 입을 엽니다.


맥 에이서: 말씀 중에 죄송해요. 원장님.
손님이 오셨어요.


빌헬름: 어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딱히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맥 에이서: 마차에서 주무신 것 같아요.

마차 문을 열어보지 않은 에이서는 손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원장도 의아하긴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평소에도 고아원을 찾는 손님이 없는데 어젯밤엔 눈보라까지 몰아쳤으니까요.
대체 이 혹독한 환경을 해치고 고아원에 찾아 온 손님이 누군가 싶습니다.
의자를 끌고 일어선 빌헬름은 정환이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원장실을 나섭니다.
탁. 문이 닫히고 원장실에는 신정환 혼자 남았습니다.
메티의 말이 신경 쓰인다면 정환이는 빌헬름의 방에서 나자르에 대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방금 전 봤던 원장의 수많은 책에 대해 알아 볼 수도 있겠죠.

 

[원장실 책상] [벽에 걸어둔 옷] [손님용 테이블] [작은 방]

 

🔹[원장실 책상]

책상 위에는 많은 종류의 책과 서류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티크 나무의 인테리어 용도> 책을 펼쳐보면 티크 나무에 관한 세세한 정보가 인쇄 되어 있는 게 보입니다.
나무의 대략적인 수명. 크기. 생김새. 잎이 트는 계절 티크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인테리어 물건도 보입니다.
대부분 책상과 의자. 그리고 문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신정환: 원장님은 이 나무를 좋아하시나…?

[관찰력 80 / 굴림 26 :어려운 성공]

티크 나무로 만든 단단한 문이 인쇄된 페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작가의 말이 덧붙여 있습니다.
색도 옅고 글자 크기도 작아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티크 나무는 오래전 부터 악마를 쫓아내는데 사용되곤 했다.

이상할 정도로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거나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곳은 대부분 악마들이 영악한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그들의 힘을 일부 차단하는 용도로 쓰인다. >

 

신정환: 전염병?

 

🔹[벽에 걸어둔 옷]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원장의 겉옷이 걸려 있습니다.
코트. 차분한 가디건. 방수용 우비 등 종류는 많습니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모피 코트 주머니에 빠져나온 목걸이 일부가 보입니다.
이게 뭐지?

 

신정환: (목걸이를 꺼내 자세히 살펴봅니다)

목걸이 줄을 빼내자 깨끗한 유리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 이건.
‘나자르’ 입니다.
정말 나자르가 있었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이런 미신이 섞인 악세사리 정도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거죠.


신정환: 이게 나자르.....(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유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백화련과 닮아. 마음에 듭니다. 원장의 물건을 슬쩍합니다)
(나자르를 주머니에 넣고는 손님용 테이블을 조사합니다)

 

🔹[손님용 테이블]

깔끔한 테이블보 위로 찻잔과 설탕. 티스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은 촛대도 보입니다.
원장의 취향을 알 것 같은 디자인입니다.
정환이가 원한다면 각설탕 몇 개는 가져 갈 수 있습니다.


신정환: 나중에 당 떨어질 때 조금씩 먹어야지…. (손수건을 꺼내 각설탕 몇 개를 감싸 보관합니다)

 

🔹[작은 방]

원장실에 붙어 있는 작은 방입니다.
마찬가지로 티크 나무로 디자인된 문이 보입니다.
원장실 문보다 좀 더 작아서 작은 문 너머에 있는 방도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티가 말했던 ‘자료’나 물건들이 이 방 안에 있을까요?


신정환: (문 손잡이를 건드립니다)

정환이가 문고리를 돌려 보면 철컥.
하는 쇳소리와 함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잠겨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신정환: 낑….원장 빌헬름의 방을 대충 둘러보자 다시 문이 열립니다.

돌아보니 에이서와 빌헬름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손님이 왔다고 하더니.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나?

 

이만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정환이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원장이 조용히 정환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빌헬름: 너한테 손님이 찾아왔구나.

지금 같이 가야겠어.


신정환: …?누가 찾아왔길래 그러십니까?

정환이한테 찾아 온 손님.
의외이긴 하지만 정환이는 알 수 있습니다.
정환이를 찾아올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습니다다.
신부님입니다.

 

- 신부와의 만남-

♪bgm. Absorption - Silver Maple

 

 

 

 

3. 탈피

♪bgm. Flower of Evil

 

 

- 빌헬름의 방 2 -

♪bgm. They're All Involved - Gerard Franklin

 

 

- 고아원의 무덤-

♪bgm. CLANN - I Hold You

 

 

4.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며

♪bgm. 비밀의 숲 - 용의자

 

 

 

 

 

- 숲 -

♪bgm. 구미호뎐 - Awaken

 

 

 

 

- 저택-

♪bgm. The beginning of Doubt  

 

 

 

 

5. 선물

♪bgm. 임이 오는 소리 

 

 

 


♪bgm. 임이 오는 소리

 

 

 

ENDING

ED3. MAD LOVE
KPC
생환 /탐사자 생환
보상 : (이성 1D5+2 회복. 추위에 대한 면역 향상. 크툴루 지식 1D3 향상.)
[rolling 1d6 / 굴림 2]
수고하셧습니다.
MAD LOVE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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